2024년 12월 29일 일요일 17시 부전아트센터에서 유니온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었다. 비올라 연주자로 있던 사촌동생 덕분에 초대되어 연말에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인형 모음곡과 교향곡 제4번을 듣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꼭 남기고 싶어서 기록해 본다.
(아래는 참고영상이다)
1. 작은 서곡 (Miniature Overture)
경쾌한 바이올린으로 시작되는 이곡은 이름처럼 가볍고 초대하는 감정이 가득하다.
곧이어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서로 이야기를 하며 잔잔한 트라이앵글 소리가 이 곡의 배경인 크리스마스이브를 알리는 듯하다.
서곡(序曲)은 발레나 오케스트라 등의 도입부 음악을 가리킨다. 영단어 Overture는 프랑스어 Ouverture에서 유래하였으며 Opening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출처:나무위키)
2. 행진 (March)
빰빠바바밤밤 빰밤바
절제된 트럼펫이 왕자의 출현을 알리는 듯하다. 바이올린의 흐름이 또 다른 발걸음을 연상시킨다. 첼로의 피치카토가 다양한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듯하다. 금관악기의 웅장함은 현악기의 산뜻한 흐름 속에 그 무게감이 분산된다.
3. 설탕요정의 춤 (Dance of the Sugar-Plum Fairy)
들릴 듯 말듯한 바이올린의 피치카토가 깔린 배경 위에 첼레스타의 선율을 타고 요정이 나타난다. 베이스 클라리넷이 신비함과 긴장감을 더해준다. 나타난 요정은 무슨 이야기를 건넨 걸까? 잔잔한 고조를 이루다가 이내 퐁 하고 사라진다.
4. 러시아 춤(Russian Dance trepak)
썰매를 달리는 기분이다. 현악의 경쾌한 멜로디 속에 눈 위에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모든 악기가 도입되어 썰매의 동력과 배경을 만든다. 찰랑거리는 탬버린소리가 생동감과 연말분위기를 더한다.
5. 아라비아 춤(Arabian Dance)
다소 생소했던 것 같다. 낮게 깔린 바이올린 선율에 클라리넷이 등장한다. 곡 진행 내내 긴장감이 유지된다.
6. 중국 춤(Chinese Dance)
이번엔 바순이 배경이 되어준다. 그리고 이내 익숙한 플루트음이 들린다. 곧이어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는 가벼운 발재간을 연상시킨다.
7. 갈잎피리의 춤(Dance of the Reed Flutes)
곡명처럼 주멜로디는 플루트가 담당한다. 따라오는 바이올린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연상시킨다. 중반부에 도입되는 금관악기로 인해 긴장감이 퍼진다. 순식간에 플루트소리만 남고 다시 처음의 경쾌함을 되찾는다.
8. 꽃의 왈츠(Waltz of the Flowers)
낮은 관악기가 곡을 시작한다. 웅장하다. 과연 꽃인가? 벌판을 묘사한 건가? 그러다 산들거리는 하프를 타고 꽃들이 등장한다.
꽃잎은 바람을 타고 어느새 호른이 선포하는 왈츠에 초대된다. 현악기의 쿵작작 쿵작작 속에 클라리넷이 인사한다. 이윽고 현악기가 그 익숙한 선율을 흘러 보내고 관악기가 화답한다. 주고받는 대화를 하다 팀파니와 함께 최고조를 맞이한다.
사람들은 이곡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쳤다. 와. 여덟 곡을 세어서 알았다기보다 이곡이 마지막인 것을 알아서 쳤을 것이다. 이젠 나도 알게 되었다. 나도 자신 있게 감사를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12월엔 차이코프스키다. 연말엔 호두까기인형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정말 소중하게 즐길 거리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호른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오랜만에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들었는데 유독 호른소리가 나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와 감싸주는 듯했다. 웅장하면서 단단한 소리였다. 너무 진지하지 않은 그러나 진실된 악수, 대화와 같았다.
연말 분위기를 가장 생동감 있게 연출한 건 아무래도 퍼커션이다. 정말 다시 보게 되었다. 탬버린과 트라이앵글, 경쾌함과 그 분위기의 연출이 곡의 정의를 내려주는 것 같았다. 일기장의 일시, 소설 속 배경을 알려주는 문구 그 자체였다.
멋진 연말이다. 멋진 곡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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